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에서 2번째로 한국 프로야구가 개막을 한지 이제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갈길이 바쁜 와중에 토요일 비로 인해 우천 취소 경기도 생겼죠. 제 이전 글에서 올해부터 달라진 점을 정리해봤었는데 그 외에도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뉴스들이 있습니다. 바로 ESPN의 KBO 중계방송. 함께 일본의 SPOZONE에서도 중계하고 있습니다.
ESPN은 매일 1경기 SPOZONE은 2경기씩 중계예정이라고 합니다.
미국에 사는 친구들이 이런날이 다 온다고 엄청 기뻐하는 소식을 SNS로 올리고 있어요.
솔직히 처음 ESPN에서 크보(KBO를 야구팬들이 재미있게 크보라고 부릅니다.)를 중계한다고 했을 때 저는 걱정을 했습니다. 크보가 수준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MLB와는 아직 차이가 많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류현진이나 추신수 급만 생각하며 보다가 실망하는 게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ESPN을 본 반응들은 의외로 다른 곳에서 나오는 거 같습니다.
바로 한국 선수들의 '빠던' 입니다.
빠던: 빠따(배트, 야구 방망이)를 던지다. 의 줄임말로 배트 플립(bat flip)이 정식 명칭입니다. 주로 홈런이나 큰 안타를 친 후에 하는 행동.
가장 대표적인 빠던으로는 2016년 프리미어 12 한일전에서 오재원 선수가 한 빠던이 가장 유명하죠.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 12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9회 양의지 대신 대타로 등장해 좌전 안타를 때려냈습니다. 한일전이라는 독특한 분위기에 워낙 파이팅 넘치는 오재원 선수의 분위기가 더해져 멋진(?) 배트 플립까지 보여준 오재원 선수. 오열사로 등극한 순간였습니다.
크보에서는 아직도 허용되고 있지만 이런 빠던 행동은 MLB에서는 금기 사항이라고 합니다. MLB에서 만약 홈런을 친 후 배트 플립을 하면서 재빨리 베이스를 돌지 않고 타석에서 날아가는 볼을 구경하는 행위를 한다면 바로 빈볼이 날아오거나 야유를 듣게 된다고 하네요. 홈런을 친 선수는 기분이 좋겠지만 홈런을 맞은 투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이유에서 입니다. 스포츠는 신사적으로 해야 하니까요.
오늘은 몇 가지 프로야구에서의 암묵적일 룰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종류가 많은데 그중 재미있는 것만 추려서 써보겠습니다.
1. 투수의 노히트노런 혹은 퍼펙트게임에 대한 언급 자제.
우리나라 말로 '설레발' 혹은 '부정 탄다'라는 단어와 일맥상통하는 말입니다. 투수가 최강의 컨디션으로 투구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중계를 하는 캐스터나 해설자는 절대 퍼펙트게임이나 노히트 노런을 언급하면 안 됩니다. 이런 경우는 수없이 많은데 해설자가 투수를 칭찬하기 시작하면 갑자기 안타를 맞거나 난조에 빠져 역전을 당하는 경우를 저도 많이 봤습니다. 너무 재미있는 경우인데 사실 투수가 중계방송을 들을 리가 없는데 이런 룰이 있다는 것은 참 미신적인 거 같기도 하고 참 재미있습니다. 특히 이 룰은 MLB에서는 절대적이고 우리나라 크보에서는 이런 룰을 지키는 캐스터는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해설자가 투수를 칭찬하기 시작하면 "저해 설자가 투수 안티인가" 그렇게 생각하기까지 합니다.
2. 승부가 결정 난 상황에서 도루나 번트 금지.
이 룰은 논란이 많은 내용입니다. 아주 큰 점수 차이로 팀이 이기고 있을 때에는 굳이 도루나 번트 작전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룰입니다. 이 룰은 우리나라에서도 적용이 돼서 가끔 위와 같은 상황에서 번트를 하거나 도루를 하면 관중석에서 야유를 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야구에서는 지는 팀을 더욱 확실히 죽이는 확인사살 느낌으로 비매너 행위로 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일부러 큰 점수차로 리드하고 있는 경우 경기 종반에 선수들한테 번트를 지시해 상대팀을 자극하는 행위를 했던 팀도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저는 가끔 10 점 이상의 큰 점수차로 벌어진 경기도 역전되는 경우를 자주 봐와서 그런지 이런 행위가 그렇게 비매너로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만약 제가 이기는 팀 감독이라면 도루나 번트는 하지 않지만 전력으로 공격작전을 낼 것 같습니다. 이기고 있다고 해서 설렁설렁 대충 뛰는 선수들은 프로의식이 없어 보이거든요.
3. 벤치 클리어링 상황에서의 룰.
빈볼 시비, 판정 시비 혹은 감정적인 시비가 붙어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을 때 우르르 모든 선수들이 달려 나오는 광경은 긴장감이 넘치면서 보는 사람들도 한편이 되는 느낌이 들죠. 응원하던 팀 쪽으로 나도 달려 나가야 할 거 같은 느낌.
이렇게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는데 안 나가고 벤치에 남아 있으면 그 선수는 팀워크가 부족한 선수로 비난받는다고 합니다. 단 예외가 있는데 다음 경기의 선발예정 투수는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룰. 또한 부상 선수나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불펜 투수도 해당 사항 없다고 합니다.
싸움 구경이 제일 재밌다고 하나요? 가끔 역대 벤치 클리어링 찾아보기를 해보셔도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MLB에서 암묵적으로 금기시됐던 배트 플립을 보고 미국인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아마도 코로나로 인해 야구 중계를 못보는 상황에서 야구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배트플립을 하든 에러를 하든 벤치 클리어링을 하든 그들에게는 너무 그리운 야구 중계방송일 테니까요.
제발 코로나 확진 선수가 나오지 않고 올해 크보 144경기가 무사히 치러지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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